나도 번역해 보았다./일본문학번역

아쿠다가와 류노스케의 거미줄

도로보네코 2011. 12. 19. 18:06

 

거미줄을 번역해보았다.

 

거미줄(蜘蛛の糸)

 

 

 

(출처: 네이버 인물검색)

 

번역자: 도로보네코

직역, 의역, 오역의 삼위일체를 통하여

저작권이 만료된 작품입니다.

번역본은 底本: 芥川龍之介全集2 (ちくま文庫、筑摩書房), 1996(平成8)年7月15日第11刷판입니다.

만약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쪽지나 메일로 알려주시면 삭제하겠습니다.

 

 

 

일(一)

 

어느 날의 일이옵니다. 석가모니는 극락(極樂)에 있는 연못의 가장자리를 홀로 어슬렁 어슬렁 거리며 거닐게 되었습니다. 연못 안에 펴있는 연꽃은 모두 옥과 같이 새하얗고, 그 한가운데에 있는 금빛의 꽃술로부터는 뭐라 전할 수 없는 좋은 향기가 근처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극락은 마침 아침이었지요.

이윽고 석가모니는 그 못의 가장자리에 멈추어서 수면에 떠 있는 연꽃 잎 사이에서 우연히 밑의 모습을 보시게 되었습니다. 이 극락의 연못 아래는 마침 지옥 속을 비추고 있었기에, 수정과 같은 물을 통과하여 저승의 강이나 바늘 산의 풍경이 마침 안경을 끼고 들여다보듯이, 선명히 보였사옵니다.

들여다보니 그 지옥 속에는 칸다타라 불리는 남자 한명이 다른 죄인과 함께 굼실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칸다타라는 남자는 사람을 죽이거나 집에 불을 지르는 등의 악행을 저질렀던 대도(大盜)였습니다만, 그러면서도 단 한 번의 선행을 한 적이 있사옵니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어느 날 이 남자가 깊은 숲 속을 지나가면서 작은 거미 한 마리가 길바닥을 기어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거기서 칸다타는 서둘러서, 밝아 죽이려고 하였지만 “이런, 이런, 이렇게 작지만 살아있는 생명임에는 틀림없다. 그 생명을 함부로 취하려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쌍하구나.”라고, 급히 생각을 바꾸어 결국 그 거미를 죽이지 않고 살려 주었사옵니다.

석가모니는 지옥의 모습을 보시면서, 이 칸다타에게는 거미를 살려준 일이 있는 것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만큼의 선한 일을 했던 보답으로, 할 수 있다면 그 남자를 지옥으로부터 구제하려고 생각하셨습니다. 다행히도, 옆을 보니 비취와 같은 색을 한 연꽃 위에 극락의 거미가 한 마리, 아름다운 은색의 실을 뿜고 있습니다. 석가모니는 그 거미의 실을 조용히 손에 거머쥐시고는, 옥과 같은 백련 사이에, 아득히 아래에 있는 지옥 속에 곧게 그것을 내려주었습니다.

 

 

이(二)

 

이곳은 지옥 속의 피의 연못으로 다른 죄인과 함께 떠있거나 잠기거나 하고 있던 칸타다이옵니다. 여하튼 어느 쪽을 보아도 어두컴컴하고, 가끔씩 그 어둠으로부터 희미하게 떠오르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니, 그것은 공포스러운 바늘 산의 침이 빛나고 있는 것이 옵기에 그 불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주변은 묘 안에 있는 것처럼 휑하니 조용했으며, 가끔씩 들리는 것을 말한다면 단지 죄인이 내뱉는 희미한 탄식뿐이옵니다. 이는 여기에 떨어져 올 정도의 인간은 이제 여러 가지 지옥의 모진 괴로움에 지칠대로 지쳐, 울음을 낼 기력조차도 없어졌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역시 대도(大盜)인 칸다타도, 역시 피의 연못의 피로 숨이 막혀서, 마치 죽어가는 개구리처럼 단지 바둥거리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어떤 때의 일 있었사옵니다. 아무렇지 않게 칸다타가 고개를 들어, 피의 연못의 하늘을 바라보니, 고요한 어둠 속에서 멀고도 먼 천상으로부터 은빛의 거미줄이 마치 사람들 눈에 띄는 것을 두려워하는 듯이 한 줄로 가늘게 빛을 내면서 스르륵하며 자신의 위에 늘어져서 내려는 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칸다타는 이를 보고, 얼떨결에 박수를 치며 기뻐했습니다. 이 실에 의지해서, 끝없이 올라가면, 분명 지옥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옵니다. 아니, 잘만 한다면 극락으로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그렇게만 된다면, 더 이상 바늘 산에 쫓겨 올라가는 일도 없게 된다면, 피의 연못에 잠기는 일도 있지 않을 것이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칸다타는 재빨리 저 거미줄을 양손으로 꽉 쥐면서, 온 힘을 다해 죽어라 위로, 위로 끌어당겨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부터 대도의 일이옵기에, 이런 일은 예전부터 익숙해져있었사옵니다.

허나 지옥과 극락과의 거리는 몇 만 리(里)나 떨어져 있사옵기에, 아무리 조급하게 바라본다 한들, 쉽게 위로 갈 수가 없습니다. 얼마간 올라갔을 때에 이윽고 칸다타도 지치게 되어 더 이상 조금이라도 위로 올라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어쩔 수 없사옵기에, 우선 잠깐 휴식을 취할 생각으로 실의 중간에서 매달려서는, 아득한 밑으로 눈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러자, 죽을 힘을 다해 오른 보람이 있었는지, 좀 전까지 자신이 있던 피의 연못은, 지금에서는 저 어두운 속으로 어느 샌가 숨었습니다. 그 뒤로 저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무서운 바늘산도 다리 밑에 있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올라간다면, 지옥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것도, 예상치 못한 것도 아닐지 모릅니다. 칸다타는 양손을 거미줄에 휘갑으면서, 이곳에 오고나서 몇 년이 지나도 내지 않던 목소리로, “됐다. 됐다.”라며 웃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생각하면, 거미줄 밑에는 수를 셀 수 없을 정도의 죄인들이 자신이 올라가는 뒤를 쫒아 마치 개미의 행렬처럼 역시 위를 향해 한 마음이 되어 기어 올라가는 게 아니겠사옵니까? 칸다타는 그것을 보고, 놀람과 두려움으로, 잠시 동안 그냥, 바보처럼 입을 크게 벌린 채로, 눈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자기 혼자서도 끊어질 듯 한 이 가느다란 거미줄이 어찌하여 이 만큼의 인원의 무게를 견디는 일이 가능한 걸까요? 만약 만에 하나 도중에 끊어지기라고 하면, 겨우 여기까지 올라 온 이 나의 목숨까지도, 다시 거꾸로 지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큰일이옵니다. 만, 이렇게 말하는 도중에도, 죄인들은 몇 백이고, 몇 천이고, 새까만 피의 연못 바닥에서부터, 우글우글 쫓아 올랐으며, 가느다랗게 빛나고 있는 거미줄을 일렬이 되어가면서 열심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 어떻게라도 하지 않으면 줄은 중간에서 끊어져 두 개가 되어, 떨어져버릴게 틀림없습니다.

그곳에서 칸다타는 큰 소리를 내어, “이 녀석, 죄인들아. 이 거미줄은 나의 것이라구. 너희들에게 대체 누구에게 듣고, 오르는 게야. 내려가라. 내려가.” 라며 소란을 피웠습니다.

그 때 였사옵니다. 지금까지 아무일도 없었던 거미줄이 갑자기 칸다타가 매달려있던 곳에서 투둑 하는 소리를 내며 끊어져버렸습니다. 그리하여 칸다타도 견딜 수 없었습니다. 뭐라 할 새도 없이 바람을 가르면서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순식간에 어둠 속 안으로, 곤두박질치며 떨어져버렸습니다.

후에는 단지 극락의 거미줄이 반짝반짝하며 가늘게 빛나면서 달도 별도 없는 하늘 중간에짧게 늘어져있기만 했사옵니다.

 

 

삼(三)

 

석가모니는 극락의 연못가에 서서, 이 자초지정을 쭉 봐왔사옵니다만, 이윽고 칸다타가 피의 연못 밑으로 돌처럼 가라앉아 버리자 슬픔이 가득한 얼굴을 하시면서 다시 어슬렁어슬렁 걷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만 지옥으로부터 나오려고 하는 칸다타의 무자비한 마음이, 그리하여 그 마음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 다시 지옥에 떨어진 것이 석가모니의 눈으로부터 보면 비열하다 생각하셨던 것이 옵겠지요.

그러나 극락의 연못의 연꽃은, 조금도 그런 일에는 괘념치 않았습니다. 그 옥과 같은 하연 꽃은 석가모니의 다리 주위에서, 하늘하늘 꽃받침을 움직이면서 그 안에 있는 금색의 꽃술에서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좋은 향기가 끊임없이 주변에 흐르고 있습니다. 극락도 이제 낮에 가까워 진 것이었겠죠.

 

(다이쇼 7년 4월 16일)

 

 

후기

 

 아쿠다가와 류노스케의 거미줄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나오는 '파 한 뿌리' 이야기와 유사한 내용을 불교적 색채로 그린 작품입니다.

 기독교 문화권에는 이런 내용의 민담이 많기에 류노스케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읽고 썼는지, 아님 서양의 민담을 통해서 내용을 접해서 썼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

 

 개인적으로는 전에 알바할 때 초딩 꼬맹이가 이 내용을 말해주면서 자기가 재밌게 읽었던 동화라고 말해주는데, 저는 이 나이 먹어서 이 작품을 읽어서 ;;; 씁슬했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작품입니다.